“왜 그렇게 침을 질질 흘리는 거야?” 라는 표현은  자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아직 어린 아기,  혹은 먹이를 눈앞에 두고 다가올 즐거운 식사를 미리부터 단단히 채비하는 동물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면 침을 흘리기 마련이다.

 

 


침 흘리는 모습이 인상적인(?) 동물로는 인도네시아 코모도섬에만 존재하는 코모도왕도마뱀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먹이감을 노려보다 기회가 오면 먹이감을 물어버린다. 특이하게도 아주 심하게 물지는 않으므로 먹이감이 물린 상처로 급히 죽는 일은 흔치 않다. 코모도왕도마뱀에 물린 동물은 도마뱀의 꼬리에 맞은 충격이나 출혈이 심해서 죽는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도마뱀의 침 속에 들어있는 세균 때문에 죽는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먹이감을 발견한 코모도왕도마뱀은 먹이를 한 번 물고는 끈기 있게 이 동물이 쓰러질 때를 기다린다. 도마뱀으로부터 전해진 세균이 증식하면서 물린 동물은 서서히 쇠약해진다. 더 시간이 지나 이 동물이 세균 감염에 의해 쓰러지게 되면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던 코모도왕도마뱀은 쓰러진 먹이감을 처리하곤 한다.

 

 

왜 평소에는 침이 나오지 않다가 음식이 구강에 들어올 때는 물론이고 음식을 보기만 해도 침이 나오기 시작하는 걸까? 약 100년 전에 러시아의 파블로프(Ivan Petrovich Pavlov, 1849~1936)는 소화 과정에서 인체로부터 어떤 액체가 어떻게 분비되는지를 연구했다. 그는 음식이 입에 들어올 때는 물론이고, 개를 이용한 실험에서 주인이 발자국 소리나 종소리만 내는 경우에도 이미 음식을 받을 것을 기대한 개가 침을 흘리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침의 분비는 외부에서 발자국소리나 종소리와 같은 정보가 입력될 때 이 정보가 대뇌로 전달되면 대뇌의 기능에 의하여 침을 분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의 연구결과는 조건반사라는 개념을 낳았으며, 뇌신경계통과 소화계통이 연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 주었다. 그는 소화가 일어나는 생리작용에 대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19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구강에서 침을 분비하는 침샘은 세 종류가 있다. 귀밑샘(이하선, 耳下腺), 턱밑샘(악하선, 顎下腺), 혀밑샘(설하선, 舌下腺)이 그것이며, 모두 구강 양쪽에 쌍으로 존재한다. 귀밑샘은 이중에서 가장 크고 찾기 쉬운 장소에 있다. 맛깔스런 음식을 앞에 놓은 후 좌우의 뺨 안쪽부분을 혀로 더듬어 보면 침이 나오는 구멍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세 쌍의 침샘에서 분비되는 침의 양은 하루에 약 1리터나 된다. 침의 구성은 물이 약 99.4%를 차지하고, 그 외에 점액소(뮤신, mucin), 전해질, 노폐물, 완충제, 대사산물, 효소 등이 소량 포함되어 있다. 이 중에서 소화에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은 점액소와 효소다. 점액소는 소량의 당(탄수화물)이 단백질에 결합된 당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과 혼합되면 점액을 형성한다. 점액은 음식물을 감싸주어 침이 윤활작용을 하게 해 주며, 구강에 노출된 점막을 보호해 준다.

 

 


침은 음식물에 포함된 화학물질을 녹여서 혀 위에 돌출되어 있는 미뢰(맛봉오리)를 자극하고, 음식물을 점액으로 뒤덮게 해준다. 삼키기 쉽게 해 주는 것이다. 또한 침에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병원성 세균과 대항해 싸울 수 있는 면역글로불린A와 리소자임(lysozyme)이라는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어서 세균의 침입을 막아 준다. 그러므로 방사선 치료에 의해 침샘이 파괴되거나 스트레스 과다에 의해 침 분비가 감소되면 구강에 존재하는 세균이 증식하여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세 쌍의 침샘에서 분비하는 침의 성분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 아밀라아제(amylase)는 귀밑샘에서 분비된다. 아말라제는 탄수화물 성분인 녹말(starch)을 분해하여 설탕, 젖당, 갈락토오스 등을 형성한다. 음식물에 포함된 녹말 중 침에 의해 소화되는 양은 50%가 채 못 된다. 미처 덜 분해된 녹말은 위를 거쳐 소장(작은창자)에 도달했을 때 이자(췌장)에서 분비된 아밀라아제에 의해 완전히 분해된다. 이 다음 소장벽을 통해 몸 속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턱밑샘과 혀밑샘에는 아밀라아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대신 이들은 점액소를 분비하여 소화를 도와 준다. 식사를 하는 경우 세 침샘에서 분비되는 침의 양은 모두 증가한다. 이 중 턱밑샘에서 분비되는 침의 양이 70%에 이를 정도로 많다.

구강건조증(침 마르는 병)
구강건조증은 침 분비량이 1분당 0.1ml 이하인 경우를 가리킨다. 이것은 정상적인 분비량의 약 1/6에 불과한 것이다. 입이 마르는 이유는 침샘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화가 난 경우에 입이 마르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이라고도 함)이라는 물질이 분비되어 심장박동수를 증가시킨다. 또한 혈관이 수축되어 혈압이 올라가며, 동공이 넓어지고, 침이 마르는 등의 신체변화도 일어난다.
이외에도 류머티스 관절염 혹은 쇼그렌증후군(Sjogren's syndrome)과 같은 면역 이상 질환이 있는 경우, 스트레스나 긴장이 쌓일 때,약물에 의한 부작용, 기타 여러 가지 질병에 동반되는 경우 등이 있다. 구강건조증을 방치하면 치과 질환이 생길수 있으므로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 입안을 깨끗이 할 수 있도록 양치질을 자주 하고, 침 분비가 잘 되도록 단단한 음식을 씹어 먹으면 도움이 된다.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 mumps)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는 소아과에 다니며 예방접종을 한다. 소아과에서는 엄마가 예방접종을 빠뜨리지 않고 잘 기억할 수 있도록 예방접종 계획표를 전해준다. 이 예방접종 항목중에 MMR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홍역(measles), 볼거리(mumps), 풍진(rubella)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볼거리는 과거에 유행성이하선염이라 하던 것이다. 문자 그대로 침샘의 하나인 이하선(귀밑샘)에 염증이 생긴 병이 유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파라믹소군에 속하는 바이러스에 의해 전파된다.
일반적으로 5-9세의 어린이에게서 잘 발생하며, 사춘기가 지난 남성에게 발병하는 경우에는 고환에 감염되어 불임을 초래하기도 한다. 드물게 바이러스가 이자에 감염되는 경우 당뇨병이 생길 수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중추신경계를 침범하기도 한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므로 대증요법으로 치료한다. 다행히 일반적으로 잘 낫는 편이며, 한 번의 예방접종으로 평생 예방이 가능하다.


딸을 치료하면서 볼거리 백신을 개발한 힐만

(Maurice Ralph Hilleman, 1919~2005)


현재 예방접종에 이용되고 있는 볼거리 백신을 개발한 힐만은 미국의 바이러스학자로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백신을 개발한 사람이다. 그는 홍역, A형 간염, B형 간염 등 모두 30가지가 넘는 백신을 개발했다. 20세기에 탄생한 모든 사람을 통틀어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힐만의 귀여운 딸(Jeryl Lynn)의 인후에 통증이 생긴 것은 5세 때인 1963년 3월이었다. 딸의 부어 있는 침샘을 관찰한 힐만은 볼거리라는 진단을 내리고, 딸을 연구실로 데려갔다. 다음 날 남아메리카로 떠날 계획이었던 힐만은 늦은 밤에 딸을 치료했다. 약 한 달 후 여행에서 돌아온 힐만은 딸에게서 얻은 시료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했으며, 이를 이용하여 볼거리용 백신을 제조하는데 성공하였다. 그가 개발한 백신은 1967년에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승인을 얻어 널리 이용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