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1월 11일 타계한 예술가 자코메티… ‘눈먼 자들을 위한 조각가’, 그 마음의 상처를 찾아
소소하지만 깊은 의미가 담긴 둘의 대화
프랑스어 원서 <L’atelier d’Alberto Giacometti> 예술이라는 것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으로써도 평가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얼마나 공감을 일으키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도 아무런 느낌이 일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저 죽은 작품이라고 할 수밖에. 그만큼 소통이 존재하는 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자코메티의 작품에 관심이 간다.

기구한 출생을 시작으로 죽을 때까지 평탄치 않은 삶을 산 희곡 작가 장 주네가 쓴 자코메티와의 만남에 관한 글인 이 책은, 나로서는 어쩌면 쉽게 읽힐지도 모를 듯한 책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아주 얇고 흰색의 여백이 간지러운 이 책을 읽는 내내 왜인지 사르트르의 <구토>에 대한 생각이 오버랩되곤 했는데, 중반 이후 등장하는 진짜 사르트르와의 대화에 적잖이 놀랐다. 장 주네, 자코메티, 그리고 사르트르. 서로 각별한 우정을 가지고 동시대에 산 예술가들이라고 하기에 그들은 너무 이기적이다. 대단하다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인물들끼리의 소통이 부러웠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책은 선이 흐르듯 사람의 몸과 얼굴을 표현하는 자코메티의 아틀리에에 들락날락하면서 일기 형식으로 4년 동안 써내려 간 글의 압축판이다. 아틀리에란 무엇일까. 그저 예술가에게는 작품활동을 하는 공방에 불과하거나 단지 화실일 수도 있지만 그곳에는 더 깊은 의미가 있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집합체. 우리는 예술작품 그 자체만이 아니고 예술가의 배경, 작품이 추구하는 의미 등 그 외의 것들로 평가할 때가 많다. 유명하지 않아도 작품 자체만으로 뛰어나면 그만일 것인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의 예술 보는 눈을 탓한다. 감흥이 일지 않아도 유명한 작품이라면 우선 찾고 보게 되는 행동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코메티가 그린 책의 지은이 장 주네 (이미지 출처: 테이트 미술관) 그래서일까. 사물을 고독하게 바라다보고, 그 자체는 꼭 고독하고 홀로 있어야만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자코메티의 사상이 마음에 든다. 그저 내뱉은 말일지도 모르지만, 사물에 있어 외적인 것을 모두 배제하고 판단한다는 것은 전혀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하지만 어느새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게 나이면서 우리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끼리의 만남이 특별한 것은, 그것도 자코메티와 장 주네의 만남이 새로웠던 것은 흘려보낼 수 있는 자코메티의 작품을 글로 써내려갔고, 그 이 전에 자코메티의 작품이 장 주네의 영혼을 뒤흔들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상호작용을 통한 결과물로서의 책을 바라다보고 있자니, 그 특별한 것이 이렇게 소소하게 다가올 수 있는지 의아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표현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쉬운 말로써 대비적으로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거창하진 않더라도, 자코메티의 느낌과 장 주네가 표현한 둘의 대화를 통해서, 내가 세상을 바라볼 때, 하물며 사소한 사물 하나를 바라볼 때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레몬에서’님은
슬며시 들어온 ‘책’이라는 존재를 영원히 끌어안고 싶은, 그리고 방황하는 24살. 지나치게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존재. http://blog.naver.com/aqua2042
아름다움이란 마음의 상처 이외의 그 어디에서도 연유하지 않는다 - 책 속 밑줄 긋기

아름다움이란 마음의 상처 이외의 그 어디에서도 연유하지 않는다. 독특하고 저마다 다르며 감추어져 있기도 하고 때론 드러나 보이기도 하는 이 상처는, 누구나가 자기 속에 간직하여 감싸고 있다가 일시적이나마 뿌리 깊은 고독을 찾아 세상을 떠나고 싶을 때, 은신처처럼 찾아들게 되는 곳이다. (6쪽)

사물들의 고독에 대하여.
그-언젠가 방 한구석에 놓인 의자 위에 걸쳐진 수건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순간, 개개의 사물이 홀로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 사물이 다른 사물을 짓누를 수 없도록 하는 무게-아니 차라리 무게의 부재-를 갖고 있다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소. 홀로 있는 그 수건은 너무도 혼자인 듯해서 의자를 슬며시 치워도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어요. 수건은 자기 고유의 자리, 무게 그리고 자기만의 침묵까지도 가지고 있었던 거요. 세상은 가볍고도 가벼워 보였어요. (31쪽)

잘 살펴보면, 우아한 것은 선이 아니라 선이 감싸고 있는 흰 공간이다. 가득 찬 느낌을 갖는 것도 선이 아닌 흰 여백이다. (41쪽)

“나는 혼자다. 그러므로 내가 사로잡혀 있는 필연성에 대항해 당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가 지금 이대로의 나일 수밖에 없다면 나는 파괴될 수가 없다. 지금 있는 이대로의 나, 그리고 나의 고독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당신의 고독을 알아본다.” (61쪽)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 장 주네(Jean Genet)
장 주네(Jean Genet)
1910년 12월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소년원과 감방을 전전하다 종신형을 선고 받았으나,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장 콕토 등의 도움으로 출감해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42년 펴낸 첫 소설 <꽃의 노트르담>으로 콕토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이후 사르트르, 보부아르, 자코메티 등의 도움을 받으며 창작의 꽃을 피웠다. 주요작품으로 감옥에서 비밀리에 나온 <사형수> 등의 시집과 <장미의 기적>, <도둑 일기> 등의 소설, <하녀들>, <발코니>, <병풍들> 등의 희곡이 있다. 1986년 4월 15일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