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1월 15일 비운의 명을 다한 로자 룩셈부르크, 그 불꽃 같던 삶을 오늘 마주하다
아름다웠던 여인, 불의 시대를 살다간 예지자 로자
프랑스어 원서 <Une femme rebelle> and 독일어판 <Rosa Luxemburg> 극단으로 치달아가던 제국주의 국가들의 충돌과 러시아혁명 등이 얽히던 1910년대는, 말 그대로 ‘불의 시대’였다. 제1차 세계대전은 제국주의적 자본주의로 연결된 민족, 경제, 지리적인 예속관계가 어떻게 세계대전으로 폭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 중에 터진 러시아혁명은 이념의 대립이 계급해방이 아닌 새로운 억압으로(이를테면 스탈린주의와 냉전체제) 변질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우리는 약 100년 전 그 사건들의 영향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러시아 공산주의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으며, 신자유주의적인 세계 속에서 우리는 계급의 양극화와 획일적인 이념을 강요당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여기의 현실은 로자가 살았던 그 시대의 변질된 반복일 뿐, 결코 그 ‘이후(post)’가 아니다.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로자의 생애와 사상을 다룬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갈등과 반목은 잔혹한 대립과 모순의 바탕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저항의 기운이 생성되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로자는 19세기 말엽부터 짙어지는 전운과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예민한 시선으로 간파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에 로자는 제국주의적 자본주의는 궁극적으로 몰락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이론화한 <자본축적론>을 발표하며 제국주의의 팽창으로 인한 비극을 예언했으며, 전쟁 중에는 ‘스파르타쿠스단’을 조직하여 반전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시대는 로자를 외면했다. 세계대전은 끝내 발발하였고,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30년도 지나지 않아 인류는 또다시 세계대전을 경험했다. 또한 레닌 식의, 위로부터의 혁명은 스탈린 체제와 같은 봉건주의적인 사회주의라는 비극을 낳았으며 그것은 해방 이후 한반도 북부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되었다. 이것은 구호만이 바뀌었을 뿐 본질은 그대로인 비극이다. 이념의 시대가 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신자유주의 체제는 1910년대에 나타난 제국주의와 사회주의의 모순을 절묘하게 결합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919년 1월 15일 암살되다’라는 글귀가 선명한 로자의 무덤 (이미지 출처: 오마이뉴스)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대변인이며 역사소설로 필명을 떨친 막스 갈로가 새롭게 쓴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은 불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한 여인의 생애와 고뇌, 비극적인 죽음의 원인을 파헤친다. 로자의 이념과 사회적 활동 외에도, 불구였던 그녀가 불구인 세계에 대해 가졌던 불 같은 열정, 연인 레오와의 사랑 등, 사적인 행로도 서간과 일기, 기록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막스 갈로의 글을 따라서 로자의 여로를 쫓아가면서 우리는 되묻게 될 것이다. 대중의 의지에 대한 존중, 혁명과 일상, 사회주의와 국제적 연대가 합쳐지는 세계란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 로자의 생애와 사상은 이 질문에 대한 뜨거운 상징이자 해답으로 다가온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21cbach’님은
20대에 대학을 여러 차례 옮긴 끝에 문학에 정착하다. 지금은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문학과 영화, 미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으로 등단하다. http://blog.naver.com/21cbach
자유, 그것은 언제나 적어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다 - 책 속 밑줄 클릭!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데도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어떤 중요한 행동을 이루려는 조급함과 주의력 부족으로 방어할 힘도 없는 가엾은 사람을 뭉개버리는 인간들은 누구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13쪽)

“내 사랑이여, 전세계가 비웃어도 상관없어요. 그러나 당신만은 비웃지 말아주세요.” (107쪽)

로자는 이러한 ‘제국주의적’ 충돌이 언젠가는 유럽 강대국들 사이의 전쟁으로 귀착되리라고 예견했다. 그것은 자본주의 모순이 이미 극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결국 자본주의의 멸망으로 귀결되리라는 의미였다. (224쪽)

자유, 그것은 언제나 적어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다. (530쪽)

arrow 책 속 ‘본문’ 더 보기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인, 막스 갈로(Max Gallo)
Max Gallo
1932년 프랑스 니스에서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오랫동안 니스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다 1968년 파리 정치학연구소 교수가 됐다. 1970년대에 10여 년간 <렉스프레스>지에 논설을 쓰고, 1980년대에는 <르 마탱 드 파리>지의 편집진으로 참여했다. 프랑스 퀼튀르 방송에서 정치평론을 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클라라 H의 아들>, <진보는 죽은 사상인가>, <나폴레옹>,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과 ‘로마 인물 소설 시리즈’인 <스파르타쿠스의 죽음>, <네로의 비밀>, <티투스의 승부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