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으로 치달아가던 제국주의 국가들의 충돌과 러시아혁명 등이 얽히던 1910년대는, 말 그대로 ‘불의 시대’였다. 제1차 세계대전은 제국주의적 자본주의로 연결된 민족, 경제, 지리적인 예속관계가 어떻게 세계대전으로 폭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 중에 터진 러시아혁명은 이념의 대립이 계급해방이 아닌 새로운 억압으로(이를테면 스탈린주의와 냉전체제) 변질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우리는 약 100년 전 그 사건들의 영향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러시아 공산주의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으며, 신자유주의적인 세계 속에서 우리는 계급의 양극화와 획일적인 이념을 강요당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여기의 현실은 로자가 살았던 그 시대의 변질된 반복일 뿐, 결코 그 ‘이후(post)’가 아니다.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로자의 생애와 사상을 다룬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갈등과 반목은 잔혹한 대립과 모순의 바탕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저항의 기운이 생성되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로자는 19세기 말엽부터 짙어지는 전운과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예민한 시선으로 간파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에 로자는 제국주의적 자본주의는 궁극적으로 몰락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이론화한 <자본축적론>을 발표하며 제국주의의 팽창으로 인한 비극을 예언했으며, 전쟁 중에는 ‘스파르타쿠스단’을 조직하여 반전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시대는 로자를 외면했다. 세계대전은 끝내 발발하였고,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30년도 지나지 않아 인류는 또다시 세계대전을 경험했다. 또한 레닌 식의, 위로부터의 혁명은 스탈린 체제와 같은 봉건주의적인 사회주의라는 비극을 낳았으며 그것은 해방 이후 한반도 북부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되었다. 이것은 구호만이 바뀌었을 뿐 본질은 그대로인 비극이다. 이념의 시대가 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신자유주의 체제는 1910년대에 나타난 제국주의와 사회주의의 모순을 절묘하게 결합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