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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의 만화는 늘 생활과 밀착되어 있다. 일단 그의 그림체는 지극히 사실적이다. 미국만화나 일본만화와 같은 비인간적 신체비율 따위도 없고, 배경 역시 언젠가 한번 가본 듯한 그런 곳이다. 이는 대부분이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에피소드를 만화로 그려내는 그의 스타일 때문일 것이다. 지금 소개하는 <습지생태보고서>나 그 밖의 <대한민국 원주민> 등은 모두 자기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으며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역시 취업전선을 목전에 둔 20대인 자신의 현실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만화들 속에는 비현실적인 신체비율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인 캐릭터도 비현실적인 스토리도 없다. 그는 항상 만화 속에 나오는 실제 등장인물의 실재를 증거하고 있으며 모든 것들이 실재에서 비롯하였음을 증언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얘기 같기도 하고 어디서 경험해본 것 같기도 하다. 몰입과 동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의 만화는 과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할 수 있다.
<습지생태보고서>는 돈 없고 힘 없고 의욕은 조금, 그렇지만 희망은 많이 가지고 있는, 같은 방을 쓰는 네 명의 대학 친구들과 사슴 한 마리의 일상을 다룬 만화이다. 그들은 그 좁고, 그리고 이 만화의 제목이 그렇게 지어지게끔 일조한 장마철이면 물이 차는 반지하 방에서 지낸다. 젊으니만큼 잘나고 싶고 잘 보이고 싶은 욕구도 많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방값을 아끼기 위해 넷이 함께 사는데 뭐 더 볼 것이 있을까? 주워온 옷과 역시 주워온 생활도구들, 생일선물로는 같이 쓸 주전자를 사주고 통닭 한 마리와 케이크 하나면 파티도 충분하다.
다들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에 주눅 들지는 않았고 오히려 호기로운 배짱(이라고 해봤자 어쩌면 현실도피일 수도 있는 오기)을 부리며 살아간다. 가끔 돈 없는 설움도 당하고 하지만 말이다. 연애도 반드시 거치게 되어 있다. 가진 것은 없지만 누군가는 자신을 계산 없이 좋아해준다. 그러다가 차이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위로도 받고…….
그렇지만 저자는 삶이란 어떻게 보면 돈이 있는 자에게든 없는 자에게든 대동소이하다고도 말한다. 모두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살아간다는 것. 다만 그 무게가 다를 뿐이고 간혹 그 무게의 차이를 ‘고난’이라는 말이 가진 보편성으로 무색하게 만들려는 행위들이 어이없을 따름이지 알고 보면 똑같다는 것이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가기도 하지만 결국엔 끊임없이 높은 곳을 동경하게 되며 이러한 부조화로 인해 사람이 ‘쪼잔’해지기도 하고 속물근성을 보이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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